일기장/자기성찰

손목시계

빵케잌 2016. 6. 18. 01:22

입대 후 시계는 항상, 심지어 잘 때를 포함해서 내 손목에 있었다. 그 전에는 시계를 차지 않았는데, 고등학생 땐 등교 시간, 학원 갈 시간을 제외하곤 시간을 지키기 위해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었으며 오히려 수업은 언제 끝나나 야자는 언제 끝나나 하며 시간이 되길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 학생 때 나는 시간을 지키려고는 했지만 정해진 시간이 임박했을 때 뒤늦게 맞추려는 타입이었고 종종 지각을 한 적도 있었다. 대학생 때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좀 더 능동적으로 지켜야할 시간들이 많아지니(그 전에는 종 치면 교실로 들어가면 되었으므로) 좀 더 허둥대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입대 후 이병, 일병 때는 조금의 시간도 늦으면 안되니 시계 보는 일이 습관이 되어 휴가 때 손목시계를 벗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목을 쳐다보기도 하였다.

병장이 되어 손목시계가 이제 걸리적거린다는 느낌이 들어 이 생각이 시작되었지만, 쓰다 보니 초등학생 때부터 시간을 지켜야 하는 빈도가 점점 증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난이를 먹을수록 사회화가 된다는 뜻이고, 또한 내가 사회에서 해야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여기서 부딪히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책 '모모'에서 비판의 상대가 되었던 '현재 시간을 더 빡빡하게 써서 더 많은 일을 하자 혹은 좋은 시간을 더 가지자'의 생각인데 그렇다고 모모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사회화의 과정을 역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현재의 시간을 열중해서 사용하자는 것'과 '목표를 위해서 목표이외의 것들은 철저히 무시한 채 오로지 목표를 위한 일에만 열중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전자는 여러 책이나 학자들의 입에서 나온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인데, 조금 잘못 생각하면 후자가 된다. 물론 목표를 위해 달리는 것도 중요하고, 달리는 과정 속에서나 목표를 이룸으로써 행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삶의 목표를 잘 이뤄내면 다행이지만 실패하거나 목표가 알고보니 별 것 아니었다고 느낄 경우 허망감이 크게 오기도 할 것이다.

내가 일병, 상병 초 때 남들의 감정을 신경쓰기보다는 일만 잘하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행복과는 멀리 떨어진 삶이었다. 내 일 자체도 산더미처럼 느껴지고, 후임들이 실수해놓은 것 없는지 확인도 해야하고 간부님들이 시키는 것도 해야하고 나만큼 힘든 사람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뒤쳐진다는 생각에 자기계발에 대한 조급함도 있었으니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병장이 되어 이제 후임들도 어느정도 알 것들을 다 알 수준이 되었고, 이제 내 일만 충실히하자 생각하니 마음은 여유로우면서 일처리는 신속하게 할 수 있게 되었고 간부님들에게 도움의 말을 할 수 있게도 되었다. 그리고 자기계발에 대한 조급함도 사라졌고 체계단 다른 후임들에게 먼저 웃으면서 말걸면서 몇몇과 친해지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여기있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에 집중하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발목 붙잡히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나의 통제 밖에 있는 일들은 과한 기대를 하지않고 물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는 것이다. 우선 앞서 말한 사회화의 과정 속에서 지금보다 더 시간에 쫓겨 살 수도 있을 텐데, 실용적인 방법으로 스케쥴을 관리하거나 스마트폰 알람, 메모 등을 이용해 현재에 집중함현서도 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적절한 시간의 여유를 두어 심하게 압박받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하면 더 좋을 것이다.




쓰면서 느낀건데 내 인문적 교양이 고등학생 수준도 겨우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나마 이렇게 쓸 수 있는 것도 최근에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인 것 같다. 진짜 책만큼 좋은 것이 없음.. 고등학교 국어책을 다시보던지해서 글쓰기 부분 공부하던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