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 숭고함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부드럽게 우리를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숭고함은 우주의 힘, 나이, 크기 앞에서 인간의 약함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유쾌할 수도 있고, 심지어 사람을 도취시킬 수도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과 우리 자신의 결함을 보고 스스로 작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굴욕은 인간 세계에서는 항상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이다. 우리의 의지가 도전받고 우리의 소망이 좌절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따라서 숭고한 풍경은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해준다. 우리는 우리를 초월한 것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그러한 장대한 실연성에 복종하는 특권을 누리고 돌아올 수 있다.
예술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장소의 아름다움을 보고 촉발된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아니면 아예 우리 자신을 물리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에 박아놓을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그 장소 안에 좀 더 확실하게 존재한다면, 그 장소도 우리 안에 좀 더 확실하게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좀 더 온건한 방법은 잃어버린 것을 기억나게 해주는 뭔가를 사는 것이다.
러스킨은 아름다움과 그 소유에 대한 관심을 통해 다섯 가지 중심적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아름다움은 심리적인 동시에 시각적으로 정신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복잡한 요인들의 결과물이다.
둘째, 사람에게는 아름다움에 반응하고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타고난 경향이 있다.
셋째, 이런 소유에 대한 욕망에는 저급한 표현들이 많다.(기념품을 사거나, 자기 이름을 새기거나, 사진 찍는 행위 등)
넷째, 아름다움을 제대로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며, 그것은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심리적이고 시각적인)을 의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식적인 이해를 추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그런 재능이 있으나 없느냐에 관계없이, 그것에 대해 쓰거나 그림으로써 예술을 통하여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눈 앞에 놓인 것을 우리 손으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슨하게 관찰하는데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전하여 그 구성 요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게 되고, 따라서 그것에 대한 좀 더 확고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사람이 아무리 느리게 걸어다니면서 본다 해도, 세상에는 늘 사람이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빨리 간다고 해서 더 잘보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귀중한 것은 생각하고 보는 것이지 속도가 아니다.
풍경의 진정한 소유는 그 요소들을 살피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식적 노력에 달려있다. 우리는 눈만 뜨면 아름다움을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이 기억 속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느냐 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의도적으로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카메라는 보는 것과 살피는 것 사이의 구별을 흐려버린다. 카메라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우리 할 일을 다 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하려면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한다. 스케치를 하는 과정에서는 은연중에 이런 질문을 하고 또 답을 찾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무리 솜씨가 형편없다 하더라도 그 행위를 통해 그 대상의 생김새에 대한 선명치 않은 감각으로부터 구성 요소와 특색에 대한 정확한 의식으로 빠르게 넘어가게 된다. 대충 그림을 그리더라도 우리가 전에는 사물의 진정한 모습을 몰랐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
우리가 그림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득은 어떤 풍경이나 건물에 이끌리는 이유를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우리의 취향에 대한 설명을 얻게 되며, '미학', 즉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생기게 된다. 이전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건물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판단하고 또 우리가 좋아하는 건물에서 무엇이 아름다움에 기여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감명 깊은 장면을 좀 더 빠르게 분석하여, 감동을 주는 힘이 어디에서 생기는지 집어낼 수 있다. 얼렁뚱땅 "이것이 마음에 들어." 하고 말하는 것에서 좀 더 정확하게 "이것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으로 넘어갈 수 있고, 그 다음에는 마음에 드는 것들에 대한 일반화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다. 이런 의식적인 인식의 기초 위에 좀 더 단단한 기억들이 세워질 수 있다.
러스킨은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라고 권했을 뿐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굳히려면 말로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 그림은 어떤 장소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심리적 언어로 그 장소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분석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특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는 많은 장소들이 미학적 기준이 아니라 심리적 기준에서 우리에게 아름답게 비친다는 점을 인식했다. 즉, 색깔의 조화나 대칭, 비례 때문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나 분위기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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